여기, 김연아의 나라에서 온 한 청년이 있습니다.
카디프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영어 공부를 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고 있지만
연아킴의 긍지를 잊지 않으며 언젠가는 빙상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겠다고 다짐하곤 하죠.
그렇게 빙.신 이 되기를 꿈꾸며 지내던 나날들 속에서
결국 그 청년은 Ice Skating 을 할 수 있는 곳을 카디프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Ice Arena Wales
Ice Arena Wales 는 Cardiff 와 Pernarth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예전 제가 박태환의 나라에서 온 사실을 뽐내기 위해 갔었던 International Pool 바로 앞에 있죠.
상당히 늦은 시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후 7시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어렸을 때는 항상 낮에 탔었지만, 이제 으른이 되었으니 저녁에 타는 걸 한 번 선호해봅니다.
일반 사람들에게 열리는 Public Time 입니다.
사실 좀 더 일찍 타고 싶었지만, 화요일이라 7시30분에 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당..
이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는 하키팀 연습을 하거나 레슨이 있거나 얼음판을 정비하겠죠?
(타보니깐 빙상은 정비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나저나 어느 누가 개인 Skate 가 있답니까?
그런 브루주아가 있다면 소개 좀 해주세요. 저도 그런 삶을 좀 누리고 싶습니다.
언제쯤 썩어빠진 Skate 를 빌리며 발에 무좀이 날까 말까 걱정하지 않을 때가 올까요?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시나 학생할인은 가능하니 학생의 때를 잘 누리시길 바랍니다.
꼭 Student ID 를 챙겨가세요!!!! 학생이라고 같잖게 보는 사람도 없으니 당당하게 보여줍시다.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한 다음 오른쪽으로 턴 해주고 바로 들어가줍시다.
바로 정면에 보이는 곳에 가셔서 자신의 신발을 살포시 넘겨주며 사이즈를 말해줍시다.
영국의 신발사이즈는 꼭 숙지해주셔야겠죠?
저는 아직도 못 외워서 항상 이럴 때마다 신발을 벗어 확인하고는 합니다.
이것 좀 보세요. 딱 봐도 무좀이 생길 것 같은 스케이트 아닌가요!?
게다가 사이즈도 큰데, 다시 바꾸기엔 귀찮아서 그냥 신어버렸습니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하이힐에 밟혀도 구멍나지 않을 거라는 거에요.
이런 건 가볍게 넘어갈까요?
김연아의 나라에서 온 우리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깐요.
솔직히,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우리가 조금씩 하는 것들이 있어요.
여러분 잘 들어요. 여러분들 그런거 해요. 나도 해요.
근데 여러분들은 저보다 대부분을 엄청나게 해요.
여러분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게 정말 위험하다는 거 알고
그치만 절대 포기하지 마요. 끝까지 하는 사람이 무조건 이겨요.
우사인볼트가 왜 세계에서 제일 달리기 빠른 사람인 줄 알아요?
그런 거 다 했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들도 즐겨요 그냥.
짐을 맡길 수 있는 락커도 있어요.
사이즈 상관없이 4시간에 £1.00 로 아주 저렴하죠.
동전만 받으니깐 카드 내밀면서 협박하지 말아요. 꼭 1파운드 동전을 챙겨가세요.
그리고 아이스스케이트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조금만 타고 나면 더워져요. 여긴 게다가 실내니깐요.
정말 겉옷을 입고 타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여기에 맡겨두세요.
자, 7시반이 되었으므로 마피아는 고개를 드는 게 아니라, 입장을 해봅시다.
평일 저녁 사랑합니다.
물론 제가 사진을 찍은 이후에 사람들이 조금씩 더 들어왔지만
스케이트를 타기에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제 마지막 스케이트가 생각이 나네요.
4년 전 시청 앞 야외 링크장이었는데 사람이 오지게 많았는지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고 거의 기차놀이 하듯이 탔던 기억이 있네요.
그곳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 아닐까요?
신이 나버렸으니 빙신이 되어볼까요.?
네, 인생은 실전입니다.
마지막 넘어지는 것까지 제가 의도했다고 하면 믿으실 분 계신가요?
이게 다 대한민국 빙상계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타던 만큼 잘 탔으면, 유럽에서는 난리가 나겠죠.
한국에서 온 별 거 아닌 학생이 스케이트를 이렇게 잘 타는데 프로들은 어떻겠냐며
대한민국을 의식하면서 열심히 트레이닝을 하고, 우리나라는 메달을 따는 게 힘들게 되겠죠.
저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이 한몸 불사르는 희생을 한,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그치만 저는 또 금방 의기소침해지는 타입이기 때문에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어릴 때는 어쩜 그렇게 열심히 잘 오래 탔을까요?
지금은 30분만 타도 숨이 차올라서 고갤 들고 눈물이 흐르지 못하게 살짝 웃어 넘깁니다.
이제는 아이스 스케이트의 낭만을 즐길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고령화 ?
7시반에 호기롭게 시작했던 빙판위의질주는 8시반이 되어서야 불씨가 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땡벌
※ 브레이크에듀 네이버카페 '영국뽀개기' 에 "말갈족족장스님" 님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